기도의 시작, 군 복무 중의 신심
혜인스님이 백만 배라는 놀라운 기도를 발원하게 된 계기는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5·16 직후, 군대가 매우 엄격하고 힘들던 시기였습니다. 기합도 심하고 매질도 서슴지 않던 그 시절, 혜인스님은 잠시도 수행을 놓지 않았습니다. 훈련 중 '하나-둘-셋-넷' 구령에 맞춰 '관-세-음-보살'을 염하셨고, 아침에 일어나면 관세음보살 보문품을 한 번씩 외우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정성 덕분이었을까요? 본부에서 상장에 붓글씨를 쓰며 비교적 편안하게 군 복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혜인스님은 이를 관세음보살님의 가피로 여겼습니다.
해인사 장경각에서 시작된 용맹정진
제대 후 혜인스님은 해인사 장경각에서 본격적인 절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하루 3천 배
- 무릎에 물집이 생기고 피가 났습니다
- 발가락 위쪽으로 염주처럼 굳은살이 생겼습니다
- 무릎에는 밤톨같이 딱딱한 굳은살이 박혔습니다
- 겉은 딱딱했지만 속에는 피고름이 고여 절을 하다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 코피가 나서 장경각 문에 기대어 고개를 젖히고 쉬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혜인스님은 죽기 살기로 계속 절을 했습니다.
절 회수를 점차 늘려감
한두 달이 지나자 3천 배가 익숙해졌습니다. "힘 안 들면 기도가 아니지. 힘이 들어야 기도지." 이런 마음으로 4천 배로 늘렸고, 다시 5천 배로 올렸습니다.
하루 5천 배를 하니 하루가 빡빡하게 돌아갔습니다. 다른 생각도, 다른 시간도 낼 수 없었습니다. 과제를 마치면 씻고 겨우 공양 시간에 참석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놀라운 변화
이렇게 날마다 5천 배씩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놀라운 힘이 생겼습니다.
한겨울, 말도 못하게 추운 날 장경각에 신도들이 찾아왔습니다. 신도들은 추위에 벌벌 떨었지만, 혜인스님은 추운 줄도 모르고 쉬지 않고 법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디서 그런 말이 나오는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백만 배 이후의 원력
백만 배를 완성한 후, 혜인스님에게는 원력을 세우면 안 되는 일이 없게 되었습니다.
- 제주도 약천사 창건
- 여러 큰 법당 건립
- 종단의 도움 없이 순전히 개인의 힘으로 성취
이 모든 것은 지극한 신심으로 고통을 잊고 백만 배를 한 그 힘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기도의 의미
혜인스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줍니다.
기도를 하는 이라면 고통스러운 고비를 한번은 넘겨야 기도 성취에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참선을 하는 이라면 밥 먹는 것도 잠자는 것도 잊는 경지에 들어서야 득력(得力)을 하게 됩니다.
'내가 기도 했으니까 설마 부처님의 영험이 있겠지' 하는 것은 요행수를 바라는 것에 불과합니다.
지극한 신심으로 일체를 망각했을 때, 진정한 도력(道力)이 길러지는 것입니다.
이 글은 수행의 길이 결코 쉽지 않지만, 진심과 노력으로 정진할 때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