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이 중생을 향해 흔드는 깃발에는 '소원을 말해봐' 또는 '내 이름을 불러봐'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깃발을 보고 수많은 중생들이 소원을 아뢰었고, 또 수많은 중생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소원성취의 이야기들을 '영험담靈驗譚'이라 합니다. 중국,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권에서는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많은 영험담들이 기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듣고 사람들은 또다시 '관세음보살' 이름을 외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희명 어머니와 눈먼 딸의 간절한 소원
통일신라 경덕왕 때 서라벌 한기리라는 마을에 희명이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희명에게는 딸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5살이 되었을 때 갑자기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장님이 된 딸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과 같았습니다.
당시 의학으로는 그 원인도 알지 못했을 뿐더러 어떻게 손을 쓸 길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희명이 '아, 정녕 길은 없는 것인가' 한탄할 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드려 보세요. 『관음경』에서는 우리 중생들이 여러 가지 고뇌를 받고 있을 때, 일심으로 '관세음보살' 이름을 일컫는다면 관세음보살이 즉시 모든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리라 말씀하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은 손도 천 개, 눈도 천 개라 합니다."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활짝 트이는 말씀이었습니다. 희명에게 길은 있었던 것입니다.
도천수관음가, 순수한 마음의 기도
희명은 아이를 안고 분황사 법당 북쪽 벽에 그려진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 앞으로 갔습니다. 거기에서 기도문을 지어 아이에게 빌게 했더니 멀었던 눈이 떠졌다고 합니다. 흔히 「도천수관음가禱千手觀音歌」 혹은 「도천수대비가禱千手大悲歌」로 불리는 이 향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른)무릎을 (땅에) 대고
두 손 모아
천수천안 관세음보살께 비옵니다
천개의 손과 천개의 눈을 가지셨으니
하나를 내놓아 하나를 덜기를
눈이 둘 다 없는 제에게
하나만 주어 고쳐주시옵소서
아아! 저에게 주시오면
그 자비 얼마나 크시나이까
눈 먼 아이가 눈이 천 개인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의 자비를 믿고 의지하여 눈을 하나만 달라고 빌었던 것입니다. 추호의 미혹도 없는 순수한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어머니 희명希明이라는 이름처럼 광명을 바랐던 소원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관음신앙의 의미
관세음보살을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희명 모녀는 고난을 넘겼습니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 고통을 받고 있는 중생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관세음보살은 즉시 그 소리를 듣고 그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눈 먼 아이가 눈이 천개인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의 자비를 믿고 의지하여 눈을 하나만 달라고 빌었던 것입니다.
추호의 미혹도 없는 순수하고 간절한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어머니 희명希明이라는 이름처럼 아이의 광명을 바랐던 소원이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관세음보살을 지극한 마음으로 믿고 의지하는 마음으로 모녀는 그들의 고난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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