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벽성군의 지독한 구두쇠
옛날 황해도 벽성군에 재산은 많지만 마음씀씀이가 고약하기로 소문난 부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자기 것을 움켜쥐는 데만 급급했을 뿐, 남에게 베푸는 법을 전혀 몰랐습니다. 집 앞에 찾아온 거지들은 구걸은커녕 하인들에게 두들겨 맞기 일쑤였죠.
스님의 묘한 조언
어느 날, 구두쇠가 기생을 불러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가보니 탁발 온 스님이 반야심경을 외우며 시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화가 난 구두쇠는 하인에게 똥을 퍼오게 해서 스님의 바랑에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님은 싱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사님, 자꾸 사람들이 찾아와서 귀찮으시죠? 제게 거지들의 발길을 끊을 묘책이 있는데, 가르쳐 드릴까요?"
구두쇠의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스님은 뒷산에 용을 닮은 바위가 있는데, 그 머리 부분을 잘라버리면 거지들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욕심이 부른 재앙
구두쇠는 곧바로 하인들을 이끌고 뒷산에 올라갔습니다. 정과 망치로 며칠을 두들기니 드디어 바위의 목 부분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갈라진 틈에서 시뻘건 피 같은 것이 철철 흘러나오기 시작한 겁니다. 겁먹은 하인이 작업을 멈추자고 간청했지만, 구두쇠는 오히려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스님이 거짓말할 리 없어! 이 바위가 정말 영험한가 보군. 반드시 용머리를 잘라서 우리 집에 거지들이 다시는 오지 못하게 만들 거야!"
작업이 계속되자 바위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고,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하인들은 모두 무서워 도망쳤고, 구두쇠도 뒤늦게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는 벼락을 맞아 죽었고, 대궐 같던 기와집도 불타 재가 되고 말았습니다.
스님의 말대로 이후 그 집에는 정말 거지가 찾아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집 자체가 사라져버렸으니까요.
용맥을 끊은 대가
알고 보니 구두쇠가 자른 바위는 땅의 기운이 흐르는 '용맥(龍脈)'이었습니다. 그의 집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뒷산 용맥의 기운 덕분이었죠. 자신을 살찌운 근원을 스스로 끊어버린 셈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평생 자기 욕심만 차리고 베풀 줄 모르더니, 스님과 주변 사람들까지 모욕하다가 결국 화를 당했구나. 인과응보가 분명히 있구나."
사람들은 이 일을 교훈 삼아 마을 이름을 '용두리'로 바꾸고 선행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용두리 마을에서는 나라의 큰 인재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합니다.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
불교 가르침의 핵심은 결국 '마음을 잘 써라'입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의 모든 가르침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 자 하나라고 합니다.
달마대사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여, 참으로 오묘하구나. 마음을 크게 쓰면 우주를 포용하고도 남고, 마음을 좁게 쓰면 바늘구멍보다도 좁구나."
우리는 본래 부처와 같은 존재이지만, 마음을 잘 쓰지 못해 중생으로 살아갑니다. 마음을 잘 쓰면 복이 오고, 잘못 쓰면 화가 닥칩니다. 구두쇠의 이야기는 바로 그 진리를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 아닐까요?
이 이야기는 황해도 벽성군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 설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