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의 업보와 백정의 운명
불교에는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이 있습니다. 오계 중 첫 번째 계율인 이 가르침을 어기면, 다른 계율을 어긴 경우보다 더 무거운 과보를 받게 됩니다.
그렇다면 짐승을 죽이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백정은 어떨까요? 그에게는 무거운 과보가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내의 지혜로운 방편
옛날 한 백정이 있었습니다. 그의 부인은 독실한 불자였습니다. 남편이 훗날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까 늘 걱정했던 그녀는, 남편에게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많이 할 것을 간곡히 권했습니다. 염불로 업장을 조금이나마 녹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백정은 부인의 말대로 염불을 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자꾸만 잊어버렸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본 아내는 묘책을 생각해냈습니다. 방문 위에 방울을 단 것입니다. 방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쨍그랑' 울리는 방울소리를 듣고, 그때마다 염불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 후로 백정은 방울소리가 들릴 때마다 잊지 않고 '나무아미타불'을 외웠습니다.
저승에서의 기적
세월이 흘러 백정은 죽어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염라대왕은 생전 죽였던 짐승의 수만큼 반복해서 돼지로 태어나는 벌을 내렸습니다. 나찰들은 칼과 창을 휘두르며 백정을 축생계로 끌고 갔습니다.
그런데 나찰들이 칼과 창을 휘두를 때마다 거기 달린 쇠고리에서 '쨍그랑, 쨍그랑'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순간, 백정의 입에서 저절로 '나무아미타불'이 흘러나왔습니다. 평소 습관처럼 말입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염불을 할 때마다 백정의 몸에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온 것입니다. 그 빛을 본 염라대왕과 저승사자, 나찰들은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습니다.
백정은 계속해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했습니다. 그러자 서쪽 하늘이 쪼개지면서 연꽃이 내려왔습니다. 그는 그 연꽃을 타고 아미타부처님이 계시는 극락세계로 왕생했습니다.
습관의 힘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염불의 공덕입니다. 살생의 업장이 두꺼워 축생계로 갈 운명이었던 백정도, 염불의 공덕으로 극락에 들 수 있었습니다.
둘째,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습관의 힘입니다. '쨍그랑' 소리가 나면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던 그의 습관. 이 작은 습관이 저승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결국 그의 운명을 극락으로 인도했습니다.
우리의 일상 속 작은 습관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