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어린 시절
수월스님(1855~1928)은 세 살이 되기 전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외삼촌 집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외삼촌은 조카를 따뜻하게 보살피기보다는 머슴처럼 부렸습니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산골로 들어가 중노릇을 하리라."
이런 마음으로 수월스님은 서산 천장사로 출가하여 성원스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배움이 더딘 제자
출가 후에도 어려움은 계속되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데다 머리까지 둔해 불경을 배워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은사 성원스님은 고민 끝에 글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불공이라도 올릴 수 있도록 신묘장구대다라니를 가르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442자의 대다라니를 외우는 데 무려 6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온 마음을 다한 정진
이후 수월스님은 나무하고 밥 짓는 소임을 맡으면서도 성심껏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웠습니다. 산에서 나무할 때도, 불을 지피며 공양을 준비할 때도 늘 대다라니를 염송했습니다.
밥 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3년이 흐른 어느 날, 성원스님이 법당에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습니다. 공양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수월스님이 오지 않고 밥 타는 냄새만 진동했습니다.
이상히 여긴 은사스님이 부엌으로 내려가 보니, 수월스님은 대다라니를 외우며 벌겋게 달아오른 가마솥 아궁이에 계속 장작을 넣고 있었습니다. 완전한 무아지경 속에서 염송에 몰입해 있었던 것입니다.
8일간의 용맹정진
이를 본 성원스님은 수월스님에게 방 하나를 내어주었습니다.
"오늘부터 이 방을 줄 터이니 마음껏 대다라니를 외워보아라. 배가 고프면 나와서 밥을 먹고 잠이 오면 마음대로 자거라. 나무하고 밥 짓는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수월스님은 감사의 인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가 빛을 가리려고 가마니를 걸어두고 밤낮없이 대다라니를 외웠습니다. 물 마시러 나오는 일도, 화장실에 가는 일도 없이 오직 염송만 했습니다.
잠귀신을 이기다
그렇게 8일째 되던 날, 수월스님은 방을 뛰쳐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스님, 스님! 제가 이겼어요. 잠귀신이 '너한테 붙어있다가는 본전 못 찾겠다' 하면서 멀리 가버렸어요. 잠귀신이 도망갔어요. 스님, 제가 이겼어요!"
놀라운 변화
수월스님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밤낮없이 외우면서:
- 잠귀신을 조복시켰고
- 천수삼매를 증득했으며
- 무명을 깨뜨려 깨달음을 얻었고
- 불망념지(잊지 않는 기억력)를 얻었습니다
글을 몰라 읽지도 못했던 스님이 이제는 어떤 경전을 놓고 뜻을 물어도 막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수백 명의 축원자 명단도 귀로 한 번 들으면 불공을 올리며 한 분도 빠짐없이 외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잠을 쫓은' 수월스님은 일평생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합니다.
만주에서의 기적
말년에 수월스님은 만주 땅으로 가셨습니다. 당시 만주에는 도적이 많아 주민들은 크고 용맹스러운 만주개를 키워 자신을 보호했습니다.
만주개는 마을 사람은 절대 물지 않지만, 밤에 마을로 숨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떼로 덤벼들어 물어 죽이는 사나운 개들이었습니다. 총을 가진 마적 떼들도 밤에는 이 개들 때문에 마을을 약탈하지 못했습니다.
개들이 무릎 꿇다
어느 가을날 밤, 수월스님이 '왕청'이라는 마을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만주개 한 마리가 길게 울부짖자 마을의 모든 개들이 짖어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개들을 풀어주자 개들은 쏜살같이 달려나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괴이하게 여긴 마을 사람들이 무기를 들고 나가보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지팡이에 몸을 기댄 스님 한 분이 서 계시고, 그 앞에 수십 마리의 만주개들이 무릎을 꿇고 조용히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날 이후 만주개들은 수월스님을 만나면 늘 무릎 꿇어 앉아 반겼다고 합니다. 만주개뿐만 아니라 스님이 손을 내밀면 까치도 내려앉았고, 산에 가면 노루와 토끼들이 모여들었으며, 호랑이도 자주 찾아와 함께 머물다 돌아갔다고 합니다.
대자비심의 힘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수월스님께서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를 통해 탐욕과 분노를 다 녹이고 대자비의 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자비심 아래 그토록 사납다는 만주개들마저 꿇어 엎드릴 수밖에 없었고, 자연의 짐승들도 함께했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는 교훈
수월스님은 말년을 만주에서 보내시며 오고 가는 길손들에게 짚신과 음식을 제공하며 보살행을 실천하셨습니다. 오늘날까지 자비보살이자 숨은 도인으로 추앙받는 수월스님의 도력은 신묘장구대다라니 기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도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울 때:
- 입으로만 외울 것이 아니라
- 관세음보살의 대자비를 마음으로 생각하며
- 그 자비심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대다라니를 염하여 자비를 가득 품을 때, 탐욕과 분노, 이기심은 사라지고 일체의 적은 벗으로 돌아섭니다.
머리가 둔하여 6개월 만에 겨우 대다라니를 외웠던 수월스님.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한 정진으로 깨달음을 얻고 대자비의 화신이 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수행의 힘이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