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간절히 바라는 목표나 추진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앞뒤를 볼 겨를도 없이 성취하려는 열정으로 자신에게만 집중합니다. '나의 의욕', '나의 실행', '나의 성과'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전 잠시 '나'를 내려놓고 먼저 주변 존재들의 평안을 기원해 보자.
이러한 통찰은 불교의 아름다운 가르침 중 하나인 '자비경(Metta Sutta)'의 탄생 배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천수경의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그리고 한국의 '고시레' 문화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내 성장의 원만한 실행을 위한 지혜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돌아보기로 합니다.
수행의 숲속에서 벌어진 일
부처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500명의 비구들이 부처님으로부터 각자의 기질에 맞는 특별한 수행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우기(雨期) 안거 동안 깊은 명상에 전념하기 위해, 그들은 히말라야 산기슭의 아름다운 숲으로 향했습니다. 호수와 더불어 고요하고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었죠.
비구들은 나무 아래 거처를 정하고 열심히 수행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행을 방해하는 존재들
숲을 지키는 목신(木神)을 비롯한 여러 영적 존재들이 비구들의 수행을 방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구들이 뿜어내는 강렬한 수행 의욕은 숲의 존재들에게 어색하고 불편한 기운으로 느껴졌습니다. 자신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방해받는다고 여긴 목신들은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무서운 환영을 보여주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비구들을 괴롭혔습니다.
도저히 수행에 집중할 수 없게 된 비구들은 결국 풀었던 짐을 다시 챙겨 부처님께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
비구들이 숲에서 겪은 고충을 말씀드렸을 때, 부처님은 놀랍도록 간단하면서도 심오한 해답을 주셨습니다.
"너희가 자신의 해탈에만 마음을 집중했지, 너희 주변 다른 존재들의 평안에 대해서는 먼저 생각하지 않았구나.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가서 먼저 모든 존재에게 평안과 사랑의 마음을 펴라."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모든 존재들이 고통이 없고 행복하며 평안하기를 기원하는 자비심(Metta)을 펼칠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후에 자비경慈悲經으로 정립됩니다.
자비심이 만든 변화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다시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에는 수행을 시작하기 전에 숲속의 모든 영적 존재와 살아있는 생명들을 향해 자비경을 암송하며 진심 어린 평안을 기원했습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비구들의 자비심이 담긴 진언을 들은 목신들의 마음은 따뜻한 호의로 가득 찼고, 그들은 비구들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환영하며 오히려 그들의 수행을 도왔다고 합니다.
방해는 사라졌고, 비구들은 비로소 평화로운 환경에서 수행에 전념하여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 속 이타심의 지혜
1. 천수경의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불자들이 독송하는 중요한 경전인 『천수경(千手經)』을 읽을 때도 이러한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경전 본문에 들어가기 전, 먼저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五方內外安慰諸神眞言)'을 세 번 외웁니다.
이 진언은 말 그대로 '동·서·남·북 사방과 중앙의 오방五方과 나의 안과 밖에 계시는 모든 신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경전을 읽고 수행이라는 '나의 일'을 펼치기 전에, 먼저 이 시방세계에 계시는 모든 영적 존재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것이죠.
2. 한국의 '고시레' 문화
이러한 정신은 우리 민족의 일상 문화 속에도 살아 있습니다.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기 전, 음식의 일부를 떼어 허공과 대지에 두루 던지며 '고시레'를 염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고시레'는 어원도 다양하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주변 신령들에게 먼저 공양을 올린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행위를 하기 전에, 먼저 땅과 주변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에게 음식을 나누는 이 작은 실천. 이 역시 낯선 곳의 존재들에게 인사하며 평안을 비는 마음입니다.
'나'를 내려놓을 때 시작되는 원만한 성장
500비구의 깨달음부터 천수경의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그리고 일상 속 '고시레' 풍습까지.
이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가장 간절한 목표나 의욕을 추진함에 있어, 먼저 그 의욕을 잠시 내려놓고 주변의 모든 존재들을 먼저 살피고 관심을 갖는 지혜를 발휘하라는 것입니다.
나의 성장을 위한 노력이 주변 존재들에게 불편함이나 해를 끼치지 않도록, 먼저 공존과 평화를 구하는 마음 자세.
이러한 '이타적인 배려'가 결국 외부의 방해를 제거하고, 오히려 조력자를 얻어 내 성장에 원만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지혜입니다.
오늘의 실천
오늘 당신의 가장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전에, 잠시 멈춰 서서 주변의 모든 존재들에게 평안을 기원하는 작은 자비심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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