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동월스님이 남긴 교훈
기도를 통해 특별한 힘이나 깨달음을 얻게 되었을 때,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오늘은 약 70년 전 해인사에서 있었던 동월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기도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려 합니다.
희랑대에서의 간절한 기도
해인사의 암자인 희랑대는 예로부터 독성기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수많은 기도객들이 찾아와 간절한 염원을 빌던 그곳에서, 일자무식의 동월스님도 개인의 복을 빌며 기도에 정진했습니다.
10여일 동안 오직 '나반존자'만을 소리내어 부르며 졸고 깨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홀연히 호랑이 한 마리가 입 안으로 뛰어들어 뱃속까지 들어가는 신비한 체험을 한 것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말 호랑이 한 마리를 삼킨 듯 배가 든든하고 온몸에 힘이 솟았습니다. 바위 위에서 크게 기침을 하자 앞산이 들썩이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잘못된 욕심의 시작
힘을 얻은 동월스님의 마음속에 엉뚱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해인사 큰절의 주지가 되어야지.'
평소 다른 스님들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살던 무식쟁이 동월스님에게는 엄청난 변화였습니다. 해인사로 내려가 보니 마침 대중스님들이 새 주지를 뽑고 있었습니다.
"어험~"
동월스님이 한 마디 하자 그 기도 신력에 다른 스님들이 주눅이 들어 무릎을 꿇었고, 어느새 동월스님은 해인사 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끝없는 탐욕
주지가 된 것도 모자라 동월스님은 수입이 가장 좋은 큰법당과 팔만대장경을 모신 장경각의 노전까지 맡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해인사 큰법당 뒤에는 대장경판을 만들 때 사용했던 역사적 유물인 거대한 구리솥이 있었습니다. 동월스님은 그 귀중한 유물을 쌀 열 가마에 팔아버렸습니다.
대중의 심판
그날 밤, 동월스님은 오백나한님들이 나타나 밧줄로 자신의 몸을 감는 꿈을 꾸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징과 북소리와 함께 가야산의 모든 대중스님들이 모여 외쳤습니다.
"절을 망하게 하는 주지를 이대로 놓아둘 수 없다!"
동월스님은 산문출송을 당했습니다. 산문출송은 큰 죄를 범한 스님의 권한을 박탈하고 절에서 추방하는 전통적인 제도로, 등에 북을 짊어지게 하고 그 북을 치면서 일주문 밖으로 쫓아내는 것입니다.
당시 승려였다가 쫓겨나면 살 길을 찾기가 더 어려웠던 시절, 동월스님은 결국 거지가 되었다고 합니다.
뒤늦은 참회
그래도 지난날을 뉘우친 동월스님은 돈을 모아 동판 100장을 사서 비를 막기 위해 장경각 나무기둥 밑에 붙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동판은 보기 흉하다는 이유로 지금은 모두 제거되었고, 동판을 붙일 때 박았던 못 자국만이 남아있습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동월스님의 이야기는 기도로 얻은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기도로 얻은 신력은 개인의 권력을 키우는 데 남용해서는 안 됩니다. 지나친 욕심으로 복이 화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옛 큰스님들은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독성기도, 신중기도는 효과가 빨리 크게 오는 경우가 많으니 겸손하게 지혜로 대중의
이익을 돌봐야 한다. 오히려 수행의 계기로 삼으라.“
"불보살님께 드리는 기도는 가피가 없는 듯 해도 삶 속에 은은하게 꾸준하니 잘 받들어야 한다."
마치며
기도로 모처럼 얻은 힘은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써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슬기와 지혜입니다.
불보살님과 선신(善神)은 언제나 우리의 선한 마음씀에 함께 하십니다.
동월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힘과 권력을 얻었을 때 더욱 겸손하고 이타적이어야 함을 배웁니다. 진정한 복은 나누고 베풀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