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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뼈를 묻어준 인연

by 다보현 2025. 12. 13.

이유 없는 호감과 반감의 비밀

살다 보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 유난히 마음이 편하고 좋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불편하고 거북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아무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불교에서는 이를 '인연법因緣法'이라 부릅니다. 좋은 업보로 맺어진 인연도 있고, 나쁜 업보로 맺어진 인연도 있다는 것이죠.

 

사명대사와 두 제자의 이야기

조선시대 고승高僧 사명대사에게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사명대사가 두 제자와 함께 길을 가다가 커다란 구렁이 뼈를 발견했습니다. 대사는 첫째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구렁이 뼈가 저렇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구나. 저 뼈를 잘 수습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도록 해라."

 

하지만 첫째 제자는 거절했습니다. 어차피 곧 사라질 뼈를 굳이 묻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죠.

 

사명대사는 한숨을 쉬고는 둘째 제자에게 같은 부탁을 했습니다. 둘째 제자는 스승의 말씀대로 구렁이 뼈를 정성껏 수습하여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고 염불까지 해주었습니다.

 

뜻밖의 결과

얼마 후 세 사람은 어느 마을의 큰 기와집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사명대사는 첫째 제자에게 저 집에 가서 시주를 받아오라고 했습니다.

 

첫째 제자가 찾아가자 집주인은 짜증을 내며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제자를 본 대사는 이번엔 둘째 제자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같은 집주인이 둘째 제자에게는 반갑게 인사하며 쌀 한 자루를 시주하고 공손하게 배웅까지 했던 것입니다.

 

사명대사의 가르침

깜짝 놀란 첫째 제자에게 사명대사가 말했습니다.

 

"저 집주인은 아까 우리가 길에서 보았던 죽은 구렁이가 다시 태어난 사람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은 서로 업의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째 제자는 구렁이 뼈를 묻어주지 않으려 했기에 좋은 인연을 맺지 못했고, 그래서 집주인에게 매몰차게 대접받은 것입니다.

 

반면 둘째 제자는 구렁이를 정성껏 묻어주었기에 좋은 인연을 맺었고, 집주인으로부터 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가 맺는 모든 인연은 우리가 지은 업의 결과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싫어한다면, 그 사람에게 잘못한 적이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무조건 상대만 원망할 일이 아닌 것이죠.

 

반대로 누군가가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하고 도와준다면, 그 사람에게 잘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업이든 악업이든, 크든 작든, 현생과 내생에 걸쳐 자신이 지은 업에 대한 과보는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늘 내가 하는 작은 선행 하나가 언젠가 좋은 인연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지나가는 길에 만난 작은 생명에게도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사명대사와 두 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