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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한 기도가 이룬 기적, 칠불사 중창 이야기

by 다보현 2026. 1. 1.

폐허가 된 천년 고찰

지리산 칠불사는 문수보살의 상주도량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김해 김씨의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이곳에서 출가하여 모두 도를 깨쳤다는 전설이 전해지죠.

하지만 6·25 전쟁을 겪으며 칠불사는 완전히 소실되어 이름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던 어느 날, 한 스님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통광스님의 첫 번째 도전

칠불사 아래 범왕리 출신인 통광스님은 김해 김씨 가문이었습니다. 스님은 칠불사를 반드시 복원하겠다는 결심으로 천일기도를 시작했고, '지리산 칠불 복구 위원회'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니며 시주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복구에 필요한 돈은 좀처럼 모이지 않았습니다.

 

큰스님의 호통, 그리고 깨달음

막막함을 느낀 통광스님은 쌍계사의 고산 큰스님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자 큰스님은 뒷꼭지가 아플 정도로 호통을 쳤습니다.

"네 생전에는 아무리 해봐야 칠불을 복원 못한다. 승려가 승려의 할 일을 해야지, 천일기도 한답시고 종이 쪽지에 권선문을 써서 다닌다고 누가 도와주느냐? 술은 사줄지언정 돈은 안준다.“

 

당황한 통광스님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큰스님은 핵심을 짚어주셨습니다.

 

"이 놈아, 칠불은 문수보살님의 도량이다. 그 도량에 살면서 큰 어른을 모시고 있으면 '내가 불사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른을 잘 모시겠다'는 생각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마음을 비운 21일 기도

통광스님은 크게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공을 세우려는 마음이 아니라, 오직 문수보살님을 잘 모시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대비심다라니경에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독송하면 현세에서 원하는 것을 다 이룬다"는 구절을 보고, 스님은 21일 동안 죽은 각오로 기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기도에만 매진했습니다. 잠도, 밥도 잊은 채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외웠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의 계시

기도 중 잠깐 좌선을 하다 비몽사몽간에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자꾸 절을 하며 여쭈었습니다.

"관세음보살이시여, 어떻게 하면 칠불암을 빨리 복원할 수 있겠습니까?“

 

관세음보살님은 큼직한 열쇠 한 꾸러미를 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이 열쇠들을 줄 테니 네가 알아서 해라. 그러나 아무리 빨리 복원을 해도 10년은 넘게 걸릴 것이다.“

 

저절로 이루어진 불사

그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권선문을 가지고 가면 누구나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발로 칠불사를 찾아와 시주했습니다

행정당국에서도 적극 협조했습니다

 

마침내 통광스님은 문수전, 대웅전, 선열당, 아자방, 장경각, 종루 등을 차례로 중창하여 칠불사를 대가람으로 복원했습니다.

 

기도의 진정한 의미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첫째, 기도는 단순한 욕망 성취의 수단이 아닙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불보살님을 잘 모시겠다는 원을 세울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이 생깁니다.

 

둘째, '중생감제불응(衆生感諸佛應)' - 중생의 간절한 기도가 불보살님을 감동시킬 때, 불보살님들이 중생의 원에 응해주신다는 것입니다.

 

셋째, 내려놓음의 역설입니다. '내가 하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어른을 잘 모시겠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바꾸었을 때, 오히려 모든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원을 잘 세우고 간절하게 기도하십시오. 그 진심이 통할 때, 불가능해 보이던 일도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칠불사_경상남도 제공